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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디스플레이 웹진 - 변화와 혁신, 그리고 삶의 이야기

BK(우정) 2016. 5. 16. 05:35

변화와 혁신, 그리고 삶의 이야기

 

 

7 만에 돌아온 연구년이다. 산행이라도 하려 대문을 나서면 앞서 뛰어가는 사람들을 본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은 워킹족의 몫이며, 슬라이드 도어 앞의 질서는 문이 열리는 순간에 허물어진다. 신호등에 조금만 늦게 반응하여도 경적 소리가 뒤통수를 친다. 산행중에도 서둘러 오르려는 이들을 위하여 공간은 비워두고 걷는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에 익숙하고, 높이 오르려고만 한다. 삶의 길이는 정해져 있을 터인데, 어디를 향해 그리도 서두르며 오르고 있을까? 높이 오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힌트가 나온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그런데,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시의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높이 날고자 하는 꿈과 높이 오른 후에 추락하고야마는 현실간의 엇갈림. 오른 만큼 멀리 보는 법을 잊어서가 아닐까? 여유를 가지고 멀리 보는 법을 알면 추락도 피하고 변화와 혁신도 이루어낼 있지 않을까?

 

변화! 방향을 바꾸려면 속도를 줄여야 하고, 혁신! 신발끈을 다시 묶으려면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넓게 멀리까지 보아야 한다. 경쟁도 그렇고 삶도 그렇다. 노련한 장수는 기마의 적장을 만나면 말부터 쏘고, 챔피언은 도전자의 공격에서 허점을 찾는다. 경험과 경륜으로 그만한 경지에 올랐으니, 여유를 가지고 보는 법을 알고 있기에 가능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디스플레이에 있어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르다. 이에 위기감을 느껴 우리는 OLED 기술력, 높은 해상도의 LCD, 양자점 적용 디스플레이, 고부가가치의 제품군 등으로 기술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추격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빨리 뛰는 것도 방법이지만, 걸음 물러서서 넓게 본다면 서둘러 오르느라 놓치고 지나온 길에서도 기회를 찾을 있을 것이다. 높이 오른 우리의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이미 확보된 기술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감성과 연동되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와 조명의 융합, 디스플레이 기기의 색상과 디자인 차별화, 그리고 바이오-환경 친화적인 기술의 활용 등이 떠오른다.

 

이와 함께 선도자로서 중국, 일본, 대만 추격자에 비해 여유가 있는 만큼 한국만의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도 묘안이 있다. 소량 다품종의 완제품, , 투명 디스플레이 도어를 가진 와인 셀러, 자연 친화형 전자 액자, 포스트 마켓을 겨냥한 엑세사리용 디스플레이, 얇은 스피커와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각종 웨어러블 기기 등을 중소 기업이 생산하고 대기업이 이에 적합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전후방 생태계의 변화도 생각해볼 있다. 물론 생태계 초기에는 수익구조가 불안정할 수도 있겠지만 안정되고 나면 각자 수요와 이익을 확보할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다. 또한, 여유로 미래를 알차게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명한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국가로서 원천 기술의 확보와 인력 양성은 무한 강조되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정도면 높이 올랐다! 이제 오른 만큼 여유를 가지고 넓게 멀리 보자!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의 변화를 위하여 고전 명작을 읽자. 우리는 지나온 고전 명작에서 의지하고 조언을 구할 있는 벗들을 만날 있다. 가능하다면 대사 하나까지 원작에 충실한 번역본(영문 혹은 국문) 찾기 바란다. 인생의 가이드가 되는 데미안(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삶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주는 제인 에어(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친구도 되고 보호자도 되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역경의 극복과 인간의 신념을 알려주는 산티아고(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있다. 여러가지 일들이 급박하게 다가오고 마음이 쫓길 나는 필리어스 포그(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찾는다. 그는 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의리와 정의를 지키며, 모든 난관을 침착하게 헤쳐나가는 교훈을 내게 주고 있다. 고전을 통하여 우리는 오래 전에 잃었던 나를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교훈을 얻을 있다. 그것이 변화이고 혁신이다.

 

끝으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나의 경우에도 지금껏 빨리 높이 오르려는 욕망으로 살아왔다. 산행을 하며 앞서 가는 이의 뒤꿈치만 보고 서둘러 따라 오르는 등산객처럼. 반평생을 그리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은 지쳤고, 젊은 가슴에 품었던 꿈은 멀어지고 있으며, 마음은 피폐하였다. 멀리 보기 위하여 높이 오르면서도 실제로는 멀리 보는 법을 몰랐던 무지. 이제부터라도 오른 만큼만 보기로 했다. 걸음을 오르면 앞을 보고, 걸음을 오르면 앞을 보고,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기로 했다. 산행이야 시간이 지나면 정상에 서겠지만, 삶에서는 멈추지 않으면 정상도 없고 멈추어야만 비로소 곳이 나의 정상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이제 곳에 서서 지나온 길에서 소홀함은 없었는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떻게 설계하여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 여유와 성찰을 통하여 더욱 세상을 만나는 , 우리는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높아진 자신의 가치와 마주할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과 게이츠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를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삶에 변화가 없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녹슬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녹은 어디서 생기는가? 물론 쇠에서 생긴다. 쇠에서 생긴 녹이 자체를 쓰게 만든다.

 

“나는 유별나게 머리가 똑똑하지 않다. 특별한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각으로 옮겼을 뿐이다.